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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수상작은 왜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질까?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

by 몸땡건강 2025.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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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수상작이 유독 '불친절'한 진짜 이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작품상. 포스터에 붙은 화려한 '월계수 마크'를 보고 잔뜩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간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30분, 기대는 지루함으로 바뀌고 1시간이 지나면 졸음과 사투를 벌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머릿속에 남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라는 의문뿐이다.

나만 그런 걸까? 나의 예술적 감수성이 부족한 걸까? 아니다. 영화제 수상작, 소위 '예술 영화'가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는 태생부터 목적과 문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평론가들이 열광하는 영화가 왜 일반 관객에게는 수면제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 '불친절함' 속에 숨겨진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를 심층 분석해 본다.

1. 목적의 차이: '정답'을 주는가, '질문'을 던지는가

상업 영화(Blockbuster)와 예술 영화(Art Film)의 결정적인 차이는 영화가 존재하는 '목적'에 있다. 상업 영화는 관객에게 '엔터테인먼트(오락)'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2시간 동안 현실의 고민을 잊게 해 주고, 명확한 기승전결을 통해 악당을 물리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즉, 관객이 궁금해할 만한 모든 것에 친절하게 '정답'을 내려준다.

반면, 영화제 수상작들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 존재한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회적 부조리, 인간의 본성, 혹은 실존적인 고뇌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탐구한다. 이 과정에서 명확한 결말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되묻는다.

관객은 휴식을 취하러 극장에 왔는데, 영화가 자꾸만 골치 아픈 숙제를 내주니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불친절한 결말(Open Ending)은 감독의 무책임함이 아니라,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이 사유를 이어가길 바라는 의도적인 연출이다.

2. 문법의 파괴: 익숙한 클리셰 vs 낯선 실험

우리는 할리우드 영화 문법에 아주 잘 길들여져 있다. 사건이 발생하고, 위기가 고조되며, 절정에서 해결되는 3막 구조에 익숙하다. 카메라 워킹이나 편집 속도 또한 인간의 인지 속도에 맞춰 편안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영화제는 '새로움''독창성'에 점수를 준다. 기존의 문법을 답습하는 영화는 수상하기 힘들다. 따라서 감독들은 의도적으로 낯선 방식을 택한다. 대사 없이 10분 동안 풍경만 보여주는 '롱테이크(Long Take)', 배경음악을 완전히 제거한 건조한 사운드, 혹은 시간 순서를 뒤죽박죽 섞어놓는 비선형적 편집 등을 시도한다.

이러한 실험적인 기법은 영화 미학적으로는 혁신일지 몰라도, 대중에게는 엄청난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를 일으킨다. 익숙하지 않은 리듬에 적응하려다 보니 뇌가 금방 지치고, 이를 '지루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영화제 수상작의 '난해함'은 사실 영화라는 매체의 한계를 넓히려는 감독들의 치열한 투쟁의 결과물이다.

3.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고통

상업 영화는 대개 '판타지'를 판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나마 정의가 승리하고 사랑이 이루어지는 꼴을 보고 싶어 한다. 일종의 현실 도피처이자 마취제다.

그러나 예술 영화는 마취 없이 환부를 째는 수술과 같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둡고 추악한 곳,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빈곤, 차별, 폭력, 소외 등 보고 있으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찝찝해지는 소재들이 주를 이룬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를 동시에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재미라는 상업적 외피 속에 '계급 격차'라는 전 세계적인 불편함을 날카롭게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관객은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한다. 따라서 돈을 내고 굳이 불편한 감정을 소비해야 하는 예술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당연한 방어 기제다.

4. 영화제의 존재 이유: '영화 생태계'의 보호

그렇다면 왜 영화제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재미있는 영화에 상을 주지 않을까? 만약 영화제조차 흥행 성적이나 대중성을 기준으로 상을 준다면, 영화판에는 마블 히어로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만 남게 될 것이다.

영화제는 자본의 논리로는 살아남기 힘든 '다양성 영화'들을 보호하는 보호구역이자, 영화 산업의 'R&D(연구개발) 부서'와 같다. 지금은 당연하게 쓰이는 수많은 촬영 기법과 연출 방식들이 과거에는 난해하다고 비판받았던 예술 영화들의 실험에서 시작되었다. 대중에게는 외면받을지라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영화라는 예술 장르가 고이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 영화제 수상작은 "지금 당장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 역사에 기록될 가치가 있는 영화"를 선정하는 것이다.

5. 결론: '쓴 약'도 가끔은 필요하다

영화제 수상작이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애초에 '다른 언어'로 쓰인 편지이기 때문이다. 상업 영화가 달콤한 탄산음료라면, 예술 영화는 씁쓸한 에스프레소나 한약과 같다. 처음에는 쓰고 맛없지만, 그 맛을 알게 되면 탄산음료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풍미와 여운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영화제 수상작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끔은 팝콘 대신 인내심을 챙겨 들고 난해한 영화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불친절한 침묵과 여백 사이에서, 정답만 알려주는 세상에서는 결코 마주할 수 없었던 나만의 사유와 질문을 발견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 비로소 영화는 오락을 넘어, 당신의 인생을 확장시키는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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